대한민국 자산 대물림의 벽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임대소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귀속분 기준 임대수익을 올린 미성년자가 사상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으며 이들의 연간 총 임대소득은 역대 최대 규모인 600억 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 ‘0세 건물주’의 등장… 1인당 평균 수입 성인 연봉 상회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 임대소득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만 10세 미만의 ‘초등학생 이하’ 임대소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돌잔치도 치르지 않은 ‘0세’ 영아 임대소득자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태어남과 동시에 부동산 지분을 증여받는 ‘금수저’ 대물림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 미성년 임대소득자의 1인당 평균 연간 임대료 수입은 약 2,000만 원 초반대로 집계됐다. 이는 웬만한 사회초년생의 연봉 절반에 해당하며, 상위 1%에 해당하는 ‘상위권 금수저’들의 경우 연간 1억 원 이상의 임대료를 거두어들여 웬만한 전문직 성인의 소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 규제 피한 ‘지분 쪼개기’ 증여 기승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절세 전략’을 꼽는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부모가 보유한 부동산 지분을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집값이 다시 들썩이면서, 추가 상승 전 증여세를 내더라도 미리 자산을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 세무사는 “과거에는 성인이 된 후 증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증여 취득세율 인상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비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증여해 가치 상승분을 자녀에게 귀속시키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 “박탈감 느끼는 청년들”… 부의 대물림 차단 대책 목소리 이번 통계 발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고 청년들이 ‘주거 사다리’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미성년자들이 가만히 앉아 거액의 임대수익을 챙기는 현실이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동이 아닌 수저에 의해 생애 소득이 결정되는 구조는 사회 역동성을 저해한다”며 “편법 증여나 명의 신탁 여부에 대한 세무 조사를 강화하고, 미성년자 증여에 대한 과세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을 앞두고 발표된 ‘역대급 금수저 통계’는 우리 사회의 자산 양극화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정책적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