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라는 전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도 시행 첫날인 13일,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은 사흘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당 1,893.3원으로 전날보다 5.5원 하락했다. 전쟁 발발 직후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10일 이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화물차 등 물류 업계의 발이 묶인 경유 가격은 하락 폭(7.9원)에도 불구하고 L당 1,911.1원을 기록하며 휘발유와의 ‘가격 역전’ 현상을 해소하지 못했다. 특히 물가가 가장 비싼 서울 지역은 휘발유 1,918.9원, 경유 1,922.7원으로 집계되어 시민들의 체감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정부는 13일 0시를 기해 정유사가 대리점과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가격의 상한선을 강제로 지정했다. 이번 고시에 따라 보통 휘발유는 1,724원, 경유는 1,713원을 넘길 수 없다. 정부는 중동 정세에 따라 2주마다 이 최고가를 다시 산정해 공표할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전시 상황에 준하는 강력한 시장 개입으로 풀이된다.
인천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기사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다고 해서 왔는데, 전쟁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손이 떨리는 가격”이라며 “정부가 가격을 묶어준다고 하니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격의 일시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제 시장은 다시 ‘불바다’가 됐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추대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피의 보복”을 천명하며 초강경 대응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하루 새 9.2% 폭등한 배럴당 100.46달러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 선이 깨진 것은 2022년 8월 이후 무려 3년 7개월 만이다. 통상 국제 유가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최고가격제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가를 통제하더라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정유사의 손실 보전 문제와 공급 부족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단기적인 가격 억제책 이상의 에너지 수급 비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