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국내 아파트 시장의 표준이자 ‘불패 신화’로 통했던 전용면적 84㎡(국민평형)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대신 그 자리를 59㎡ 이하 소형 평형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서울과 수도권 주요 단지의 청약 결과 소형 평형의 경쟁률이 중대형을 압도하며 주거 시장의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 84㎡ 분양가 15억 육박… “비싸서 못 산다” 실속형 회귀 가장 큰 원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분양가다. 최근 서울 상급지 신축 아파트의 84㎡ 분양가가 15억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중산층조차 대출 규제와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59㎡는 10억 원 안팎에 공급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자금력이 부족한 2030 세대와 1~2인 가구의 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서초구의 한 단지에서는 59㎡ 타입 경쟁률이 500대 1을 기록한 반면, 84㎡는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넓은 집을 선호하는 ‘거거익선’이 대세였으나, 지금은 대출 이자를 줄이고 관리가 용이한 소형을 택하는 ‘실속파’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1인 가구 급증과 평면 기술 발전이 만든 ‘작은 집 열풍’ 인구 구조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35%를 넘어서면서 큰 집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설계 기술 발전으로 소형 평형임에도 3베이(Bay)나 4베이 구조를 채택하고, 드레스룸이나 팬트리 공간을 확보하는 등 체감 면적을 극대화한 점도 수요자들을 사로잡은 요인이다.
◇ 자산 가치 역전 현상까지… “작은 게 더 잘 오른다” 투자 가치 측면에서도 소형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 환금성이 좋고 월세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투자자들이 소형 평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영끌보다는 감당 가능한 수준의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더욱 줄어든 가운데, ‘국평’ 대신 ‘소형’을 택하는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대한민국 주거 문화의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