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거꾸로 치솟는 기현상이 보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밀린 은행들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정책의 갈지자 행보에 서민들만 이자 폭탄을 맞고 있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 시장 금리 무시한 ‘인위적 인상’… 한 달 새 5차례 올린 곳도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추가로 0.2~0.3%포인트(p) 인상했다. 주목할 점은 대출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 등 지표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임에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 금리를 억지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7월 말부터 현재까지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5차례나 금리를 인상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연 3%대 후반까지 내려갔던 주담대 혼합형 금리 하단은 한 달 만에 연 4%대 중반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은행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수요가 더 몰리기 때문에,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수요를 강제로 억제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 9월 ‘스트레스 DSR’ 강화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 폭주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 대못’을 박고 나선 배경에는 9월 1일 시행 예정인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가 있다. 제도 시행 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출 한도를 확보하려는 ‘막차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 상급지를 중심으로 폭발하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급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들어서도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하루 평균 수천억 원씩 증가하며 금융당국이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연일 현장 점검과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자, 은행권은 금리 인상을 넘어 ‘다주택자 대출 제한’이나 ‘거주용 외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 고강도 대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정부 정책 엇박자가 서민 죽인다” 거세지는 비판 시장의 불만은 임계치에 도달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PF 부실과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하락’ 시그널을 보냈던 정부와 한국은행이,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자 돌연 ‘금융 억제’로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시중은행 창구에는 “신규 입주 단지 잔금 대출을 앞두고 갑자기 금리가 올라 계획이 다 틀어졌다”, “부자들은 현금으로 집을 사는데 결국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만 집을 못 사게 막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금리 역전 현상은 시장 원리가 아닌 관치 금융에 의한 왜곡이 심화된 결과”라고 진단하며, “가계부채 관리는 필요하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 메시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실수요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9월 스트레스 DSR 시행까지 남은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대출 수요자들의 ‘눈치 싸움’과 은행들의 ‘금리 압박’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금융 시장의 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주 예정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이러한 대출 시장의 경색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