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여파에 휩싸였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밀려 3,400선 아래로 내려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넉 달 만에 최고치인 1,412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치솟았다. 한미 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한 탓이다.
◇ ‘현금 압박’에 흔들린 증시… 시총 상위주 일제히 급락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 넘게 하락하며 3,380선까지 밀려났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며 3,400선 안착을 노리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하락의 트리거는 워싱턴에서 들려온 협상 난항 소식이었다. 미국 측이 우리 기업들에 약 3,500억 달러(500조 원) 규모의 ‘조기 현금 투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특히 대미 투자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3.2%), SK하이닉스(-4.1%), 현대차(-2.8%)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하락을 주도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측의 과도한 현금 유출 요구가 우리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국내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고 분석했다.
◇ 환율 1,412원 돌파… “외환 위기 재발 우려” 목소리까지 외환시장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1,415원까지 치솟았다가 전날보다 12원 오른 1,412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 연준이 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오히려 급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대규모 대미 투자 확정 시 시중에 달러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한국의 외환 보유고(약 4,1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투자금으로 빠져나갈 경우 대외 지급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주고 나면 외환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 정부 “외환시장 변동성 주시… 과도한 불안 자제 당부” 정부는 긴급 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미 협상은 우리 외환시장과 기업 경영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며 “환율의 일시적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정국과 맞물린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코스피의 3,400선 복귀와 환율 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외교적 협상 결과가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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